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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본문

15초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조깅을하는소녀 2008. 10. 26. 01:02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유희경

1.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식탁 위에 고지서가 몇 장 놓여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뒷모습을 설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쪽 부엌 벽에는 내가 장식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
나는 나로부터 날카롭다 서너 토막이 난다
이런 것을 너덜거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면도를 하다가 그저께 벤 자리를 또 베었고
아무리 닦아도 몸에선 털이 자란다
타일은 오래되면 사람의 색을 닮는구나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삼촌은
두꺼운 국어사전을 닮았다
얆은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뒷문이 지워졌다 당신이 찾아올 곳이 없어졌다


3.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간 밤 당신 꿈을 꾼 덕분에
가슴 바깥으로 비죽하게 간판이 하나 걸려진다
때 절은 마룻바닥에선 못이 녹슨 머리를 박는 소리
아버지를 한 벌의 수저와 묻었다
내가 토닥토닥 두들기는 춥지 않은 당신의 무덤
먼지들의 하얀 뒤꿈치가 사각거린다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2008 신춘문예 시집을 보았는데 내 눈을 내리 꽂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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